미국 달러를 가리키며 “미국에는 달러만이 유일한 화폐’, ‘신뢰할 수 있고 동시에 믿음이 가는 [통화]’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통화’라고 한 인물이 있다. 이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비트코인과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의 효율성을 비판하면서 트윗에 올린 글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트럼프와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미국 달러의 패권이 가까운 미래에 끝나진 않겠지만, 암호화폐 세계에서 경쟁 화폐들이 점점 등장하고 있어, 달러를 벗어나려는 노력의 다양화 현상이 증가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
하지만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니다. 영국 파운드 스털링의 국제 단기금융시장 (international money market) 패권이 1945년에 막을 내렸을 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못 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잉글랜드 은행(Bank of England, 영국 중앙은행)의 총재, 마크 카니는 최근 ‘역사는 반복되듯이, 새로운 디지털 화폐가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현재 상태가 계속 유지될지 의문을 두는 사람은 마크 카니뿐만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중국과 러시아는 다른 법정화폐로 달러의 패권에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영국 중앙은행 총재가 앞으로 디지털 화폐가 기존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을 내놓은 것은 실로 놀라운 사건이다.
미국 달러의 지배
물론 미국 달러가 국제거래 시 사용되는 유일한 국제통화는 아니지만, IMF(국제 통화 기금)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공개된 모든 중앙은행의 글로벌 보유 외환의 비중 61%는 미국 달러였다. 또 전 세계 40%의 부채는 미국 달러 표시 부채이며, 외환시장의 거래 90%에 미국 달러가 사용되기 때문에 녹색 달러는 존재감을 확연히 입증했다. 그 외에도, 2010년은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깨어난 계기로 점점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었지만, 약 65%의 모든 미국 달러 화폐가 미국 외 지역에서 거래용으로 사용되는 거로 보도되었다 – 단순히 가치저장수단(store-of-value)뿐만 아니라, 현금으로 일상거래에 사용된 거로 드러났다.
이 같은 통계자료를 보면, 미국 달러는 널리 인정된 ‘교환 수단’, ‘가치척도’ 및 ‘가치저장수단’의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크립토’(crypto)는 어떠한가? 기축통화의 최고 자리를 위협할만한 다른 도전자가 있는가, 아니면 디지털 화폐의 부상은 다른 시나리오로 이어질까?
우리는 크립토님을 믿는다 (In crypto we trust)
미국 하원 ‘암호화폐 규제’ 청문회에서 대부분의 하원은 암호화폐를 금지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고, 반드시 바람직한 결정이란 법은 없다고 동의했다. 암호화폐는 주로 오픈 소스(open source) 형태의, 글로벌 혁신 기술이며, 기반을 두는 알고리즘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가 인터넷을 정지하지 않는 한 중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최근 디지털 화폐를 다룬 IMF 보고서에 의하면, 돈의 가장 흔한 두 형태 – 현금과 은행예금은 – 앞으로 디지털 화폐로부터 심한 경쟁을 하게 되고, 자칫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간편성, 낮은 수수료, 속도 및 빠르게 디지털화 되는 사회에 디지털 화폐가 쉽게 결합할 수 있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비트코인은 – 암호화폐 시장에서 큰 격차로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자랑하지만, 교환수단으로서 미국 달러와 경쟁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점점 늘어나는 목록의 회사들이 –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피디아, 그리고 AT&T를 포함해 – 비트코인을 이미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또, 비트코인은 이미 베네수엘라, 쿠바와 심지어 그리스에서까지 물가 상승을 피하고, 자본통제 우회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일일 교환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표준편차는 G7 통화 쌍의 표준편차보다 10배 높기 때문에, 현재로서 아직 결제수단이나 현실적인 가치척도로 사용되기에는 변동성이 너무 심하다.
반면, 리브라(Libra)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과 비슷한 형태의 코인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그다지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페이스북은 24억 명의 강한 유저 베이스를 자랑하기 때문에 리브라는 시작부터 우위를 점하고,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페이팔(Paypal)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 전직 잉글랜드 은행 경제학자가 지적하길, 국가들이 리브라를 자유로운 교환수단으로 등극하는 것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자금세탁방지 노력에 위협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유력한 전망이다. 또 리브라는 비트코인만큼의 동등한 수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출시될 때 많은 저항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중국을 포함한 몇 국가들은 자국 통화정책 보호 차원과 떠오르는 암호화폐 신흥시장에 참가하기 위해 자체 암호화폐를 준비할 의지를 드러냈다.
다양성이 성공의 열쇠
디지털화와 블록체인 기술의 지속한 발전은, 글로벌 금융 세계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 달러만큼 지배적인 화폐가 대체될 것인지 안될 것인지의 여부를 알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그러나 IMF가 내놓은 한 자료에 의하면, 암호화폐는 부인할 수 없는 고유한 장점들이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변동성이 점점 가라앉을 수 있으며, 발행과 관련된 규제가 더 개선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채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대체보다는, 다양한 화폐 종류들이 ‘가치저장수단’, ‘예비자산’ 및 ‘선호되는 교환수단’으로 등극해, 아마 금융자산 범위 스펙트럼(spectrum, 범위)에 분산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카니 총재가 이미 지적했듯이, 앞에 설명한 분산 현상은 국가들이 비축해 놓은 엄청난 금액의 달러를 풀게 만들 것이며, 현재 신흥 경제국들에 단일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기회를 제공한다.